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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각하나

오지랖과 희망고문

달이 밝네요, 오늘. 2012. 4. 8. 18:00




어젯밤, 배는 안고프나 입이 출출해 달랑 지갑 하나만 들고 외출을 했다.

가까운 24시 마트로 가서 군것질거리를 잔뜩 사고 붕어싸만코 입에 물고 오는 길, 

마트 근처의 오며가며 본 남의 동네 똥개가 갑자기 나한테 멍멍하며 아는 척을 했다.

이럴수가!

1년정도 봐왔지만 늘상 자는 모습이었고 나랑 눈이 마주쳐도 아무런 대꾸가 없는 녀석이었는데

나한테 멍멍하고 아는 척을 했어ㅜㅜ 꼬리도 흔들어 주었어ㅜㅜ 상냥해....

역시 넌 하이얀 이뿐 똥개야^^


마침 애들 개껌을 하나 샀던지라 나에게 상냥함을 보여준 똥개에게 나누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난 바로 실행했다. 평상시에도 이러면 얼마나 좋아?


근데....말이다........던졌는데...

내손이 개발이구나..미안 ㅜㅜ

30cm정도 모자라게끔 던졌다.,,ㅜㅜ힝힝힝


그 강아지는 달 밝은 그 밤, 개껌을 향해 얼마나 목이 졸리도록 발을 긁었는지 모른다.

짧은 목줄과 작은 체구로 안간힘을 다해서.

담벼락이 내가 넘을 수 있는 정도여서 담을 넘을까 싶었지만 그건 큰 실례여서 말았는데...



나의 순간 오지랖 때문에 그 강아지는 코 앞에 개껌을 두고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짬밥 먹이는 개여서 개껌을 처음 봤을지도 모르지만, 

설사 모른다해도 우유냄새가 고소하게 솔솔나는 것에 대한 열망과 절망을 동시에 느꼈지 않았을까....

밤새도록.



아니 그러게 왜 나한테 갑자기 아는 척을 했어?? 너 때문이잖아 이똥개야!

라고 개한테 잘못을 돌리기엔 상냥했던 꼬리가 너무나..그래 내가 약았어, 미안해.

붕어싸만코 먹고 달밤에 너무나 신이나버렸어. 밤하늘의 벚꽃이 너무나도 이뻤어.

그래서 신이 났어. 너에게 몹쓸 짓을 했어. 미안.




너네집 주인은 오늘 아침 마당 한가운데 놓여져있는 개껌을 보고 어떻게 했을까?

이게 모다? 요러면서 마당 구석으로 치워버렸을까, 아님 너에게 주었을까...

궁금하다.



살다보면 누군가 나에게 개껌 던져주는 날이 있겠지.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던져주는 개껌은

절망을 안겨줄까, 목줄을 끊을정도의 강화가 되어줄까. 

과연 보상일까, 고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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